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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독후감

[독후감] 화학의 시대 - 필립 볼 (1부)

오랜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필립볼의 「화학의 시대」라는 책이다. 사실 화학2 독서록으로 넣으려고 읽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재밌어 보이는 책으로 고른것이어서 나름 재밌게 읽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부 현대 화학의 출발

      1장 분자의 건축

      2장 촉매와 효소의 네트워크

      3장 춤추는 분자의 스펙트럼

      4장 준결정 구조의 기하학

2부 새로운 물질, 새로운 화학

      5장 분자 하나를 집을 수 있는 집게

      6장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

      7장 칼로 자를 수 있는 액체

3부 무한한 화학의 가능성

      8장 어떻게 화학에서 생명이 비롯되었는가

      9장 분자 세계의 소우주

      10장 지구를 되살리는 과학

 

화1과 화2를 배우고 난 뒤라 이해가 비교적 쉬웠지만 근현대 화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그래도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은 화1, 화2 등 화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추가.. 고등학생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교양서적인 줄 알았더니 전공자 정도의 지식을 요하는 서적이었음 ㅎㅎ.. 일단 1부까지는 다 읽었는데 나머지는 더 읽을 지 말 지 고민 좀 해볼 예정.. 

 

또 P.S. 본 독서록은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해가 안되어 추가 자료조사를 통해 임의로 보충한 부분+느낀점을 종합한 것이므로 과제에 넣을 참고문헌으로 읽는 것은 추천 드리지 않습니다. 과제에 참고하시려면 직접 책을 읽어서 확실한 정보만을 가져가시길..! 특히 추가 자료조사는 개인 블로그를 많이 참고해 공신력이 떨어집니다. 또 전문 지식이 없는 고등학생이 작성한 게시글입니다. 


1장 분자의 건축

1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바로 파이 결합 오비탈, 시그마 결합 오비탈과 풀러렌이다. 

 

고등학교 기본 화학과정, 즉 화1과 화2를 배우고 난 학생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오비탈'의 개념을 해당 단원 밖에서 적용해볼 일이 거의 없다. 근현대에 와서는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고(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 원리) 오직 공간의 어떤 점에서 그 입자를 발견한 확률을 말할 수 있음이 밝혀졌는데, 이 확률을 구름으로 나타낸 것 오비탈 obital이다. 첨언하자면 1s 오비탈에는 2개, 2s2p 오비탈에는 8개(s오비탈 2개, p 오비탈 6개)까지 전자를 갖게 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화학1을 참고하면 좋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오비탈을 원자 수준에서만 다뤄서 그런지 내가 1장을 읽으며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것은 바로 원자들이 화학 결합으로 연결될 때 그 오비탈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설명한 내용이다. 

 

분자들이 결합하면, 특히 공유결합을 하게 되면 두 원자핵 주위에 윤곽이 흐릿한 구름, 다시 말해 분자 오비탈을 이룬다. 

 

출처 Mo Theory (fsu.edu) 

이때 오비탈의 전체 개수는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즉, 분자 오비탈의 전체 개수는 분자 오비탈을 이루는 데 들어간 원자 오비탈의 개수와 같아야 한다. H₂ 를 예로 들면, H는 양성자 1개로 1s, 즉 오비탈 1개를 가진다. 따라서 H₂ 는 H가 2개 결합했으므로 분자 오비탈은 원자 오비탈을 모두 합한 2개여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전자쌍(공유 결합 전자쌍)이 있는 결합 오비탈이다. 이때 이 분자 오비탈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는 원자 오비탈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보다 낮다. 따라서 원자들이 서로 헤어지지 않고 붙들려 있을 수 있다. (위 사진에서 ↑↓가 존재하는 오비탈)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분자 오비탈의 전체 개수는 원자 오비탈의 개수의 합과 같아야 한다. 따라서 나머지 한 개의 오비탈이 남게 되는데, 이 오비탈은 존재하면서 동시에 비어있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없다. 만약 이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간다면 원자 오비탈의 전자보다 에너지가 더 높게 된다. 과학, 특히 화학에서 에너지가 높다는 말은 불안정하다는 말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 <잠재적인>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게 되면 원자 사이의 결합이 강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약해진다. 따라서 이 오비탈을 반결합 오비탈이라고 부른다. 아까 예로 들었던 H₂ 에 전자를 추가해 H₂⁻를 만들면 이 이온은 결합 오비탈에 자리가 없어 반결합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 결합이 기존 수소 분자보다 약하다. 또, 전자는 빛을 흡수에서 에너지가 높은 반결합 오비탈로 올라갈 수 있다. … 여기서 이게 전자 도약 현상과 일치하는 지 의문이 생겼다.

 

이때 반결합 오비탈을 보강간섭과 상쇄간섭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책에는 서술되어 있지 않아 따로 적지는 않았다. 다만 독후감을 작성하며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을 추가 자료조사하며 발견한 블로그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에 그 링크를 첨부한다. 생각하는 공대생 :: 분자 오비탈(Molecular orbital) (tistory.com)

 

분자 오비탈(Molecular orbital)

 분자 오비탈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 : MOT 분자 오비탈(Molecular orbital) 이론은 원자 전자구름의 상호작용에서 시작된다. 원자가 결합 이론(VBT)과 달리 슈뢰딩거의 파동함수식에 보강간섭(con.

allgo77.tistory.com

 

또 분자 결합 오비탈에서 시그마δ 결합파이π 결합이라는 개념도 나온다. 시그마 결합은 원자들끼리의 결합 자체를 의미한다. 두 원자가 결합할 때 원자핵의 오비탈이 겹치면서 생기는 결합으로, 기본적으로 파이 결합보다 강하다. 이를 책에서는 전자 구름이 가장 두터운 보통의 <단일> 결합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파이 결합은 나란히 놓인 아령 모양의 p 오비탈 두 개가 겹쳐져서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C₂H₄ 에틸렌 분자는 다음 그림과 같이 결합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루이스 구조식에서 볼 수 있듯이 에틸렌은 C-C 결합 1개, C-H 결합 4개로 총 5개의 결합을 하고 있는데, 이 결합 모두를 시그마 결합이라고 한다. C-C 결합을 오비탈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두 원자핵 사이에서 전자 구름이 가장 두터운 보통의 시그마 결합과, 두 원자핵 위와 아래에 소시지 모양의 전자 구름 두개로 이루어진 파이 결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위 아래에 파이 결합, 사이에 시그마 결합; 출처 하이퍼링크

또 삼중 결합은 시그마 결합 하나와 파이 결합 두 개로 이루어진다. 

 

화학 관련 논문을 읽다보면 흔히 접하는 단어로 '벤젠'이 있는데, 이 벤젠(C₆H₆)의 발견을 보고했다고 알려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는ㅡ실제로는 다른 독일인 화학자 요한 로슈미트가 그보다 4년 전에 먼저 고리 구조를 발표했다고 한다ㅡ 벤젠 분자의 결합들이 두 동등한 배열 사이에서 빠르게 왔다갔다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뒤에 덧붙여진 말로 어렴풋이나마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근대 화학의 관점에서는 이를 파이 결합이 번져서 분자의 위와 아래에 죽 이어진 두 개의 전자 구름을 형성하고, 전자들이 형성된 고리 모양 오비탈을 따라 아주 쉽게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전자들을 치우침이 없다는 뜻에서 '비편재화'되었다고 한다. 비편재된 유기물의 경우 파이전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전도성을 띤다.

 

벤젠 구조의 비편재화; 출처 하이퍼링크

책에서는 C₆₀에 집중하여 이 C₆₀이 발견되기 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나열하였다. 풀러렌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기에 어렵진 않았는데, 읽으면서 약물 전달 물질로 사용하는 게 이 풀러렌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했다. 리포좀이나 단백질 나노 입자를 사용한 약물 전달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풀러렌도 과연 약물 전달 물질에 관여하고 있을 지 궁금증이 생겼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한 간단한 문헌조사를 진행해보고 싶다.

 

2장 촉매와 효소의 네트워크

화학은 변형에 관한 것이다. 변형이란 하나의 물질을 다른 물질로, 혹은 어느 물질을 한 물리적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미국 화학산업이 생산하는 물질의 약 43%가 화학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이 변형의 기초가 되는 과학이 바로 열역학이다. 블랙 홀의 생성에서 몸 안의 신진 대사까지, 태양에서 오는 열에 의해 계절이 바뀌는 방식에서 우주 팽창의 결과까지 세상 모든 변화의 과정을 열역학의 틀에서 설명할 수 있다. 화학에도 열역학이 사용된다. 물리2 시간에 열역학을... 버렸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수업을 들을 걸 그랬다. 

 

반응물의 엔트로피 변화, 열의 방출과 흡수, 주변에 한 일의 양에 의해 열역학 제2법칙(모든 변형과 함께 우주의 전체 엔트로피는 줄어들 수 없다.; 되돌릴 수 있는 변형들은 우주의 엔트로피를 늘리지 않는다.)이 규정한 화학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윌라드 깁스는 깁스 자유 에너지라는 양으로 반응의 방향을 판단하였다. 깁스 자유 에너지는 변환 과정에서 여러 요소들이 전체 엔트로피에 미치는 영향을 더한 알짜 효과를 나타내며, 계의 엔트로피 변화와 주변의 엔트로피 변화의 합으로 표시된다. 주변의 엔트로피 변화는 주로 화학 결합을 만들거나 깨뜨리는 열 변화와 부피 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일의 합인 엔탈피라는 양으로 나타낸다. (p.89)

 

언덕 꼭대기에 있는 공이 아래로 굴러가서 위치 에너지를 줄이듯이, 화학 반응은 (깁스) 자유 에너지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죽거나 타서 주변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멀쩡히 살아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는 화학반응에 있다. 화학반응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원자 결합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둘을 다르게 하려면 일종의 '변환' 과정에서 화학 결합이 깨지거나 생겨야 한다. 그런데 화학 결합을 변화시킬 때에는 자유에너지 증감에 관계 없이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많은 자유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이라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가 공급되어야만 한다.

 

화학1, 화학2 과정의 촉매 파트에서 보는 '에너지 장벽'이 곧 자유 에너지 장벽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 장벽의 높이는 전이 상태의 자유 에너지에 의해 결정된다. 

 

출처 하이퍼링크&nbsp;

열역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라도 생성물 분자들 중 일부는 언제라도 자유 에너지 장벽을 넘어 반응물 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반응물 분자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이때문에 어느 한 쪽에 완벽하게 "몰빵"되지 않고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촉매의 역할은 전이 상태의 자유 에너지를 낮추어 전이 상태를 덜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효소의 효소-기질 특이성 또한 엄밀히 말하면... 효소의 구조는 효소가 유도하는 반응 경로에서 기질의 <전이 상태>와 맞는다. (p.119) 그런데 이 전이상태의 모양이 일반적으로 원래 기질과 비슷해서 그냥 퉁치는 듯?)촉매에는 균일 촉매와 불균일 촉매가 있는데, 균일 촉매는 일반적으로 반응물과 같은 상으로, 특별한 방법으로만 상호 작용하도록 고르고 설계한 분자들이다. 반면 불균일 촉매는 반응물과 다른 상을 가지고 촉매 작용을 한다. 그런데 불균일 촉매는 반응이 선택적이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여 선택적으로 반응을 촉매하는 불균일 촉매가 있다. 바로 '제올라이트'다. 제올라이트에는 많은 미세기공micropore이라고 하는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일종의 <분자를 거르는 체> 역할을 한다. 너무 큰 분자도 걸러내고, 만약 분자의 모양에 곁가지나 치환체가 있을 경우에도 걸러낸다. 또 전이 상태는 일반적으로 반응물이나 생성물 분자보다 더 덩치가 크다. 따라서 크기가 작은 미세구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에 한계가 생겨 특정한 반응만을 유도할 수 있다. 마치 세포막 같지 않나? 과학을 배우다 보면 가끔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제올라이트를 이용한 것이 바로 <병 속의 배> 촉매이다. 미세기공에 딱 알맞는 크기의 촉매를 넣어 움직일 수 없게 고정한 다음, 분자들을 기다리다가 만나면 촉매작용을 하게끔 한다. 이를 이용하여 천연 효소인 CYP450(cytrochrome P450)을 흉내낼 수 있는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하니, 인상 깊었다. 또 더 나아가 구멍 네트워크가 분자 조립체가 생기는 주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거푸집처럼!) 

 

제올라이트는 자연적인 것, 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 두 개 다 있다. 자연적인 촉매로는 또 효소가 존재한다. 폴리펩티드가 아주 조직적으로 접혀 효소의 특정 모양을 만드는데 이 접힘 과정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학문의 융합(EBS 위대한 수업을 보고 연계활동을 하는 교내 프로그램이 있다..)에서 단백질 접힘 구조와 연결지어 DNA의 3차원 구조 결정 방식에 대한 자료 조사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계활동을 해야하는데, 책에서도 별로 알려진 게 없다고 하니 조금 암담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뭐.. 거진 20년 전의 책이니까(2001년 1쇄) 지금 다시 찾으면 꽤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효소는 키랄 선택성이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천연 생분자에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두 가지 거울상이 존재하는 원자단들이 들어 있는데,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와 개수가 같아도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이를 '거울상 이성질체', '광학 이성질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질을 거울상 이성질성, 또는 카이랄성(키랄성, Chirality)라고 한다.(p.115) 그런데 이런 키랄성은 앞서 말했듯이 서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나타내므로 한 쪽이 유용할지라도 다른 한쪽(이성질체)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입덧 방지약으로 만들어졌지만 수많은 기형아 출산을 초래한 약 「탈리도마이드」또한 키랄 약품이다. 이런 유용한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비대칭반응(asymmetric synthesis)는 아직까지도 현대 화학의 난제로 뽑히고 있지만, 효소는 이런 광학 이성질체들을 아주 잘 구분할 수 있다. 또 효소는 한 가지 광학 이성질체의 반응만을 촉진하며 키랄이 아닌 원료에서 키랄 분자를 만드는 경우 두 가지 중 한 가지만을 만드는 등... 정말 굉장히 똑똑하다.

 

*c.f. 신개념 다공성 결정물질 개발 - 포항공대신문 (postech.ac.kr) (2000)

 

본 책에서는 이에 대해 "효소는 옳은 광학 이성질체만을 완벽하게 만들기 때문에 공업화학자와 제약화학자들에게 엄청난 축복이다." 라고 언급한다. (p.117)

 

3강 춤추는 분자의 스펙트럼

최근 EBS에서 제공하는 위대한 수업에서 리사 랜들 교수는 스케일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물리법칙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 예로 작은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을 사용해야한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를 책에서는 '대응 원리'로 표현한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책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약 p.135)

 

사실 믿기 힘들겠지만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 되어 있듯이, 분자의 운동 에너지도 양자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운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 O₂는 돌기도 하고 결합거리가 늘고 줄면서 진동한다. 회전과 진동 에너지도 각각 회전 속도와 진동 주파수에 달려있기 때문에 특정한 주파수로만 진동하고 특정한 회정 속도로만 돌 수 있어 양자화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이 내용을 처음 보면 음..그렇군 하고 넘어가기 쉽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상식적인 일일 수가 없다. 어떤 바퀴가 분 당 10회전 단위로 돌다가, 갑자기 분 당 30회전 단위로 돌고, 또 눈을 깜빡여보니 다시 분 당 20회전 단위로 도는 것이다. 25회전 단위 같은 애매한 숫자로는 돌 수조차 없다. 이런 일은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바로 돌거나 떠는 물체의 에너지 사다리 단 사이의 간격이 대강 물체의 질량의 역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우리들, 하다못해 시계의 초침은 양자에 비하면 엄청나게 크다. 즉, 질량이 크고 따라서 사다리 단 사이의 간격은 매우 작아 '연속적'으로 보인다. 반면 양자는 질량이 매우 작기 때문에 사다리 단 사이의 간격이 불연속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계에서 양자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대응 원리'라고 하며, 닐스 보어가 주장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간단한 분자의 에너지 준위가 세 등급의 사다리: 회전, 진동, 전자 에너지 준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자 에너지 준위만 있는 줄 알았는데...분자의 회전과 진동이 분자의 에너지 준위에 영향을 미치는 줄은 처음 알았다. 회전, 진동, 전자 에너지 준위의 차례는 각 분자마다 다르다고 한다. 

 

출처 하이퍼링크

p.145쪽부터 나오는 3.눈 깜짝할 사이의 화학는 이해 못했다..ㅎ 프랭크 콘돈 원리와 연관하여 분자 운동 관찰 실험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넘 어려웠음 광화학 전공 하시는 분들 진짜 대단하신듯

참고 프랭크-콘돈 원리 (Franck-Condon Principle) (tistory.com)

JAKO200411922462196.pdf (koreascience.or.kr)  ← 전체적인 내용이 이것과 비슷하다 

 

프랭크-콘돈 원리 (Franck-Condon Principle)

프랭크-콘돈 원리 (Franck-Condon Principle)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전자는 핵보다 빠르니까.' 프랭크-콘돈 원리(Franck-Condon Principle)는 '분광학'과 '양자 화학'

stachemi.tistory.com

 

아무튼, 레이저 분광학과 광화학을 이용하여 선택적으로 결합을 끊는 방법이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바로 '고유 상태'라고 하는 분자가 좋아하는 진동 방식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탄 CH₄ 분자의 진동 고유 상태는 정사면체를 유지하면서 C-H 결합 네 개가 발을 맞추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이다. 즉, 한 결합에 많은 에너지를 넣어도 분자가 좋아하는 고유 상태로 진동할 수 있도록 곧 재분배된다.(p.160) 이때문에 선택적으로 결합을 끊으려면 원하는 방식으로 분자가 쪼개지는 진동 운동으로만 에너지를 넣을 방법이 필요하다. 간단한 분자에 대해선 성공한 전적이 있으나 일반적인 분자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현 주소도 궁금하다. 

 

4강 준결정 구조의 기하학

원자의 결정 구조를 이렇게 어렵게 구해냈다는 것에 놀랐다. X선이 결정에서 산란되면 규칙적인 점들을 이루는데, 이 점의 거리로부터 보강간섭, 상쇄간섭을 반영해 원자 층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여기서 입사하는 X선의 각도를 일일이 바꾸면서 각 면마다 보강 간섭이 일어날 때 생기는 복잡한 반점 무늬들을 얻어내 또 계산해 얻어낸다. 공유 결합, 비공유 결합, 금속 결합 등을 배울 때마다 결정 구조가 이렇게 생겼고 존재한다, 정도만 배웠었는데 이런 원리로 얻어지는 지는 처음 알았다. 조셉 푸리에가 고안한 수학적 방법으로 회절 무늬를 풀어 유기 분자나 생분자의 결정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페니실린과 비타민 B₁₂의 구조를 풀어 노벨상을 받았다고도 했으니... 생각만해도 머리 아프다. 참고로 이 방법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내는 데 근본적인 단서가 되었다고 한다.

 

결정학에서 3, 4, 6겹 같은 대칭은 흔하지만 5, 8, 10, 12겹 등의 대칭은 엄격하게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왜냐하면 다섯 겹 대칭을 유지하면서 공간적으로 반복되는 격자를 만드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섯 겹 대칭인 규칙적인 모양을 만드는 일은 정오각형처럼 다섯 겹 대칭인 타일로 바닥을 까는 것과 동등하다. 정오각형으로 평면을 전부 까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섯 겹 대칭인 이상한 물질이 발견됐다. 다섯 겹 대칭이므로 결정이라고 할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비결정질 고체의 특징인 뿌연 회절 무늬를 보이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하게 완벽한 결정에서 나타나는 선명한 회절 봉우리도 나타난다. 그래서 이렇게 결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비결정도 아닌 합금에 "준결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다면 원자를 대체 어떻게 구성해야 이런 다섯 겹 대칭이 나타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예술과 수학으로부터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수학자 로저 펜로즈가 고안한 타일 붙이기 방법이다. 

 

출처 하이퍼링크

뚱뚱한 마름모와 홀쭉한 마름모가 엄격한 규칙에 따라 배열되어있는데, 다섯 겹, 열 겹 대칭인 모양들이 자주 나타나기는 하지만 어느 것도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지 않는다. 이를 삼차원 버전으로 확장해 각 꼭지점에 원자들이 놓였을 때 얻은 회절 무늬는 준결정에서 얻은 회절 무늬와 일치한다. 이때 삼차원 버전으로 확장한 것을 능면체라고 한다. 

 

이때 아무 타일이나 하나 골라 이 타일의 한 면과 나란한 면이 있는 타일에 색칠하면 연속적인 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같은 간격으로 벌어져 있고 서로 나란하며 이를 '준평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펜로즈 타일 붙이기에선 총 5개의 준평면이 나타나며, 이 구조가 들어맞는 준결정에서는 5겹의 대칭이 드러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펜로즈 타일의 준주기적 구조가 너무 완벽해 멀리 떨어진 영역들이 나중에 서로 맞닿게 할 수 있는 지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마구잡이 타일 붙이기 모델'이라는 모델을 새로 개발했다. 

 

4장에서는 준결정의 발견을 중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옮긴이가 맨 마지막 장(p.205)에 첨언한 바에 이르면 왜 준결정의 전기 저항이 높은 지는 당시까지 수수께끼라고 한다. 

 

+) 과거 '결정'의 정의는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이었다. 그러나 섹트먼 교수의 발견으로 인해 이 정의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됐다. 현재 결정의 정의는 '명확한 회절 패턴이 나타나는 물질'로 바뀌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