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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과학

20181112 소 눈 해부하기 (cow's eye dissection)

 학교에서 실험다운 실험을 드디어 해봤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과학이어서 신청한 과학 1 선생님 도우미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선생님께 잘 보여서 과학 동아리가 아니어도 소 눈 해부 실험에 참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소 눈 해부 실험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생물 방과후에서 이미 해 본 해부여서 꽤 자신이 있었다. 그 덕분에 이번 해부는 성공했으니. 저번에 했었던 해부는 가위를 각막 쪽으로 찔러넣어서 각막-수정체-유리체 순으로 절개하는 해부였는데, 가위를 너무 깊게 찔러 넣어서 수정체가 손상됐었다. 이번에는 그 때와 다르게 매스로 안구의 바깥쪽서부터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형식으로 절개했다. 지금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쉬웠던 것 같다. 처음에는 칼로 흠집을 내서 구멍을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해부용 가위를 이용해 뭉툭한 부분이 유리체 쪽으로 들어가도록 잘라냈다. 판을 준비해주셔서 그 위에 유리체를 쏟고, 유리체와 수정체를 분리해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유리체랑 수정체 느낌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요즘 유행하는 슬라임인데..썩은 우유 냄새가 나는 슬라임이랄까...


 으레 해부 실험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해부 실패와, 그 특유의 냄새다. 원래는 마스크를 끼고 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립학교에서 소 눈 해부를 해주게 하는 것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하나 싶다. 다행히도 해부는 성공해서 재밌었다. 저번에 1학기 때 있었던 돼지 심장 해부에서는 정말 무참하게 실패해서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런 맛에 하나보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하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쾌감은 정말 큰 것 같다. 


 사람의 안구는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는데, 소 눈과 정말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반사판과 망막정도? 우리가 반사판의 색이 정말 예쁘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멜라닌 색소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한 번 찾아봐야할 것 같다. 극지방의 오로라와 비슷하기도 하고...아, 자개장식의 색과 정말 흡사하다. 나는 맥락막에 붙어있는 맹점을 찾으려고 반사판을 핀셋으로 긁어서 아예 다 뜯어냈는데, 반사판도 후술하겠지만 진대와 홍채와 같이 흐물거렸다. 또 소 눈을 해부하면서 느꼈던 의문점이 두 개가 있었다.


Q. 해부를 하면서 나오는 검은 물은 대체 무엇인가?


Q. 어떤 소 눈의 유리체는 붉고, 어떤 소 눈의 유리체는 맑았다. 차이는 무엇인가?





해부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것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홍채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흐물흐물한 막같이 생긴 것이 근육을 통해서 조절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뭔가... 과학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처음 해부를 했을 때는 그 흐물한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눈동자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유리체를 꺼내고 나서 보니 유리체에 홍채 덩어리같은 게 남아있었는데, 그게 바로 진대였다. 다른 사람이 해부하는 영상을 선생님께서 틀어주셔서 진대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해부했을 때 그게 진대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른 책상에 앉은 친구가 "그거 진대일거야." 라고 말했을 때야 아, 싶었다. 그도 그럴게 진대를 근육질의 조직이라고 배웠는데 홍채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흐물거렸으니 말이다. 



이번 해부를 통해 안구의 구조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일반 학교 수업시간에서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었고, 생물에 대한 내 관심이\높아진 것 같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고는 있지만 아직 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발견하는 즉시 추가하도록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