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첫 번째 활동은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작품이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을 가장 첫 활동으로 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토론 주제도 나름 괜찮았고 말이다. (사실 2%의 모든 토론 주제는 우리의 두뇌에서 나온다..)
토론
2018 「변신」 읽고 토론하기
팀 이프로
토론 주제: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챙겨줘야할까
토론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의견을 발표, 모두 한 번씩 발표한 뒤에 한 사람씩 반박을 하고 결론을 짓는다. 내용정리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의견 발표에는 4분, 반박에는 8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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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발표
유시연: 나는 찬성한다. 아무리 바퀴벌레로 변했다 하더라도 그가 그레고르인 것은 변함이 없다. 아무리 호불호 때문에 혐오감이 들더라도 최소한의 의식주는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가 변신-바퀴벌레로-하기 전에는 가정을 이끈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그런 그에게 최소한의 살 권리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레고르가 이성이 남아있을 때에서만 말이다.
이윤○: 나는 반대한다. 바퀴벌레가 되어서 언제 사람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언제까지 그 작은 벌레를 사람으로 취급해줘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어쩌면 평생 벌레로 살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 말도 못 알아듣는 벌레를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것인가? 이제 그레고르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성격과 특성까지 전부 벌레와 같이 변했으니 이제 벌레가 된 것이므로 인간대우는 필요 없다.
이은○: 나는 반대한다. 그레고르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벌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큰 포용력을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러므로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챙길 필요가 없다.
차지○: 나는 찬성한다. 가족들은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돌보아야 한다. 아무리 벌레의 모습을 했더라도 그레고르는 그레고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의 그레고르는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완전히 벌레취급을 당한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데 가족까지 그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레고르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기 전에 가족들을 먹여 살렸기 때문에, 반대로 가족들도 그레고르를 돌보아야 한다.
김채○: 나는 반대한다. 가족들의 경제적 형편이 여유로웠던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그레고르의 처지까지 배려해줄 이유는 없다.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레고르에게 돈을 쓰기보다는 남은 갖고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게 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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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유시연: 그레고르가 벌레라고 하더라도 그레고르가 본능만 남기 전까지는 챙겨줘야한다.
이윤○: 벌레가 된 그레고르도 그레고르이지만 더 이상 그레고르의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행동도 바퀴벌레처럼 변해가고 있다. 밖에 돌아다니는 다른 바퀴 벌레와 다를 점이 전혀 없다. 점점 그레고르의 생각은 바퀴벌레처럼 변해가고 있고 나중에는 바퀴벌레의 본능만 남을 것이다. 그레고르는 이제 그레고르가 아니다. 바퀴벌레다.
차지○: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르가 단지 벌레의 모습이 되었다는 이유로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영영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단정지어서도 안된다.
이은○: 돈을 벌어오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기 때문에 당장 가족에게 중요한 건 그레고르가 아니라 생계 유지이다. 초반에야 가족이니까 불쌍함에 챙겨주지 점점 시간이 흐르면 그레고르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 그냥 벌레로 보일 뿐이다.
김채○: 이전까지 생계를 책임졌지만 지금은 전혀 쓸모 없다. 그런 그를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할 돈을 들이는 게 완벽히 옳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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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바퀴벌레의 특성만 남기 전까지는 챙겨줘야한다.
독후감
「변신」을 읽고
서울상도중학교 2학년 ○반 ○번 유시연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름 돋았던 것은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필력이다. 지금껏 내 인생에서 이 책과 같이 묘사가 소름 돋았던 책을 읽었던 적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아버지가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허리에 사과를 던져 사과 조각이 박힌 장면을 묘사했을 때는 내 허리가 의식되어 몸을 꿈틀꿈틀 움직였을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 토론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 인간이었다고 그의 인권을 존중해주어야 하는가? 막상 토론을 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사람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물론 겉모습은 다르다. 그레고르는 곤충이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은 겉모습이 사람이니까. 하지만 만약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이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바퀴벌레로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있었던 토론에선 그레고르가 자신이 인간이었단 것을 점점 잊어버리자 그가 벌레라며 가족들이 그를 부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반대 의견이었던 나는 그 의견에 쉽게 동의해버렸다. 지금의 생각과 앞뒤가 맞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외모차별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심정이 복잡해졌다.
으레 그렇듯이 윤리라는
것은 참 어렵다. 내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이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에 내 신경또한 몰리는 것일
수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윤리적 이슈에 대해서 토론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문학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나
자신과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인권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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