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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독후감

[독후감] 무한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아다치 노리오 작가의 「무한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시험기간에 간 학교 도서실에서 홀린듯이 집어든 책인데, 아니나 다를까 무척이나 어렵고 생소한 내용이었다. 평소에 Ted-Ed 비디오를 유튜브에서 자주 즐겨보는 편인데 거기서 본 논리퀴즈가 ∞에 대한 내 흥미를 일께워줬던 것 같다. 

 

아래 비디오가 바로 그 TED-ed 영상이다. 무한의 호텔에 관련된 내용인데, 정말 흥미롭다. 다시봐도 재밌다.

 

https://www.youtube.com/watch?v=Uj3_KqkI9Zo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집합에 대한 부분이다. 옛날 교육과정에는 현재 고1 과정에 있는 집합이 중1에 있었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저자가 책 내에서 말하는 것처럼 수학의 토대가 집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집합을 따로 배워서 나름대로 집합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책 내용을 보니 전혀 아니었다. 내가 배웠던 집합기호뿐만이 아니라 ∧, ∨, ¬, ∀, ∃ 와 같이 처음 보는 기호들이 나와서 당황했다. 개인적으로 내 스스로의 상식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말이다. 저자는 위 기호들을 아래와 같이 풀이했다.

 

A ∧ B : A 이면서 B

A ∨ B : A 혹은 B

¬ A : A가 아니다

∀xP(x) : 모든 x에 대하여 P(x)다.

∃xP(x) : P(x)를 만족하는 x가 존재한다. 

 

맨 밑의 두 개념은 생소하고 또 처음보는 개념이어서 알겠는데, 그 위의 3개는 기존에 내가 배웠던 교집합, 합집합, ~과 무엇이 다른 지 잘 모르겠다. 만약 아는 이가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이 독후감은 오로지 책만 읽고 쓴 것이기 때문에 추가 자료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다. 추가 자료 조사를 하게 된다면 추후 수정하겠다.)

 

내가 이 부분을 즐겁게 읽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이 부분을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위 집합 기호들에 대해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하며 독자들 스스로 풀게끔 해봤는데, 처음 두 문제는 틀렸다가 나중에 가면 갈수록 내가 예상했던 게 정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매우 뿌듯했다. 이래서 수학이 재밌는 것 같다. 한 번 이해를 하면 나중에 틀릴 일이 없으니까!

 

저자가 낸 문제는 아래 접은 글과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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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x가 남성을 나타내는 변수고, y가 여성을 나타내는 변수라고 하자. 이제 P(x,y)는 "x가 y를 좋아한다." 라는 문장이다. 단, 이제부터는 ∀x(∃yP(x,y)) 라고 쓰는 대신, 보기 편하게 괄호를 생략하여 ∀x∃yP(x,y) 라고 쓰도록 하겠다. 이제 다음 여섯 가지 명제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단, x는 곱셈을 뜻하는 x가 아닌, 미지수 x를 뜻한다!)

 

Q1=∀x∃yP(x,y)

Q2=∃x∀yP(x,y)

Q3=∀y∃xP(x,y)

Q4=∃y∀xP(x,y)

Q5=∀x∃yP(x,y)

Q6=∃x∃yP(x,y)

 

답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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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Q1. 모든 남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

Q2. 모든 여자를 좋아하는 어떤 남자가 있다.

Q3. 모든 여자에게는 자기를 좋아해 주는 어떤 남자가 있다.

Q4. 모든 남자가 좋아하는 어떤 여자가 있다.

Q5.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를 좋아한다.

Q6.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존재한다.

 

 

책의 제목이 무한에 관련되어 있어서 끌렸던 건데, 오히려 다른 부분에 더 흥미가 생겨버렸다. 가장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챕터, 무한에 관련된 것은 그냥 흘려읽었던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앞서 말했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나는 우리가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기하학이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사실도 몰랐는데, 이렇게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내 지식을 넓혀주었는가! 유클리드 기하학이 정말 '수학'이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과학'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활에 곧바로 적용된다는 의미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대체로 삼각형 내각의 총합이 180˚이다, 하나의 선에 대해 평행선이 하나 존재한다, 등의 우리가 학교를 나왔다면 알고 있을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말그대로 유클리드 기하학의 '부정'(非) 이다.

 

명제1. 서로 다른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이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명제2. '평면'에는 같은 '직선' 상에 있는 세 '점'이 존재한다.

명제3. 임의의 두 '직선'은 반드시 서로 만난다.

명제4. '직선'의 '길이'는 유한하다.

명제5.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보다 크다.

 

처음본다면 이해가 안될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어떻게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클 수가 있나? 나는 이 해답을 유튜브 비디오(...)에서 찾았다. 하지만 이렇게 글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영상이나 3D 그래픽의 도움이 있으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https://www.youtube.com/watch?v=gWh9vw53RBk&t=425s

 

또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수학의 사고방식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어려워했는데, 그 때문인지 수학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진로도 완전 흔히 말하는 "이과"쪽이 되었기도 하고, 그냥 수학을 잘하고 싶은 열망이 그득하다. 그런 내게 수학은 항상 어려운 존재였는데, 이 책이 내 고정관념을 부숴버린 것 같다. 수학적인 감각이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생각하는 능력도 아니고, 그저 '모순이 없다면 존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라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라니!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이 됐다. 항상 내가 수학을 어렵게 느끼던 의문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수학은 상상의 학문이다. 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수학적 면모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무한 파트에서는 파스칼이 그의 저서인 『팡세』에서 말했던 내용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무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본질을 모른다. 가령 수가 유한하다는 말이 틀렸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수의 무한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것이 짝수라고 해도 틀렸고, 홀수라고 해도 틀렸다. 왜냐하면 그것에 1을 더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수이며, 모든 수는 짝수거나 홀수다.

 

 따라서 우리가 신이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신이 존재함은 알 수 있다. 

 

 수학자들이 무한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뭔가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문구였다. lim x→∞ x+1 은 무한이고, x도 무한이다. 결국 x에 몇을 더하든 x는 무한이므로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 '신'에게까지 말하는 것은 그들이 신과 무한을 동일시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약간...수학찬가같다.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문학도 좋지만 비문학이 내 마음을 더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 과학책만 줄창 읽어오다가 이렇게 수학책을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교내에 이런 책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 내게 어려운 레벨의 책인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책이 내 상식의 폭을 넓혀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읽으면 그 때는 지금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이해해낼 수 있을 지 내 자신에게 기대가 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