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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독후감

[독후감] 수학이 필요한 순간

1.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작가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학기 초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내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최근에 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 걸 발견해 무작정 빌려 읽게 되었다. 저번에 읽었던 이다치 노리오 작가의 무한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후에 교양 수학책에 흥미를 얻게 되어서 읽은 책인데, 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무한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보다 더 쉽게 설명한 것 같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가장 먼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평소 내가 수학을 필요로 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았다. 물건을 살 때나, 수학문제를 풀 때, 시험 평균을 계산할 때, 게임 데미지 계산할 때...... 평소엔 정말 수학이 우리 생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정하고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이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내게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책은 총 6개의 강의로,

 

1강:수학은 무엇인가

2강: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

3강: 확률론의 선과 악

4강: 답이 없어도 좋다

5강: 답이 있을 때, 찾을 수 있는가

6강: 우주의 실체, 모양과 위상과 계산

 

위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2강, 6강이었다. 2강은 순수수학에서 벗어나 물리학, 과학과 연계되어 있어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내가 물리1을 이미 배워서 조금 더 이해하기 편했다. 평소에 물리학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첨언하자면 이번에는 책에 노란색 마스킹테이프를 붙여가며(하이라이트를 치며) 읽어갔는데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다음 책을 읽을 때도 이렇게 해야할 듯 싶다. 

 

 


 

2. 인상 깊었던 부분 - 2강: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

 

 2강의 제목처럼 역사를 바꾼 수학적 발견을 3개로 나눈다면 

 

1. 페르마의 원리 (과학의 수학화)

2.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 프린키피아 Principia

3. 페르마, 데카르트의 좌표계 발명 +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로 나눌 수 있다. 페르마나 데카르트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 번 쯤은 학교에서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학자들이다. 

 

첫 번째 발견인 페르마의 원리는 "빛은 시간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 는 간단한 명제로 정의된다. 이는 빛의 굴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논제에서 비롯된 명제이다. 흔히들 빛은 최단거리로 진행한다고 알고 있는데, 실은 빛이 최단'시간'인 경로로 진행한다는 점이 내가 가진 편견을 깨준 것 같아서 좋았다. 만약 빛이 최단거리로 진행한다면 굳이 굴절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허나 여기엔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는 형용사는 텔로스Telos, 목적(본질)을 지니고 있지 않아야한다. 항상 과학탐구토론대회를 나가면 해당 논제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해결방법을 서술하시오, 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지금보니 내가 그 때 과학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텔로스를 지닌 이유를 말한 것 같다(사회적 해결방법을 우선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페르마의 원리를 텔로스 없이 서술한 건 16년이 지난 하위헌스의 원리였다. 하위헌스의 원리를 책으로 읽었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유튜브에서 설명해둔 것을 찾아봤다. 아래 영상이 가장 쉽고 재밌게 설명해둔 것 같아 첨부해둔다. 지금보니 물리1에서 배웠던 이중슬릿 회절같은데..음...이게 빛에도 적용이 되는 거였나? 빛은 파동이자 입자로 이루어진거니까 적용이...되나...으음... 나중에 과학선생님께 여쭤보아야할 듯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_03sfhb7Mvg

 

 두 번째 발견은 바로 뉴턴의 그 유명한 운동방정식이다. 수학적인 관점에서 이런 뉴턴의 발견이 흥미로운 것은 뉴턴이 이 논문에서 미적분의 원리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만류인력의 법칙인 F=G * mM / r² 를 발견하고 난 뒤 관측을 통해 알고 있던 행성의 운동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설명에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법칙, 케플러의 3대 법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주기² / 거리³ 이 어떤 행성의 경우에도 항상 같은 값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후에 나올 오일러 표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우연한 수학의 산물...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과연 우연일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뉴턴이 바로 미적분 기계를 돌려 이 케플러의 법칙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여기서 적분이 필요한 이유가 나왔다. 17세기 과학자들은 지구와 달이 서로 얼마나 강하게 잡아당기는지 알고 싶어했다, 허나 만류인력의 법칙으로도 이는 알기 어려웠다. 바로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어디서부터 어디서까지 재야할 지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연속적으로 더해준다'는 개념의 적분이 나왔다. 지구와 달의 각 표면에 연속적으로 분포한 점과, 그 점들끼리 사방에서 끌어당기는 모든 중력을 다 더해야하므로. 또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수학책처럼 쓰여있다는 부분인데, 이는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 나와서 반가웠다. 이런 뉴턴의 만류인력 법칙에서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왜 잡아당기느냐', ' 어떻게 힘이 전달되느냐' 라는 의문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 후 발전하여 알게된 것이 공간 자체를 물질로 해석해야한다는 관점이다. 더 나아가 중력이 시간차를 두고 전달된다는 사실도 발전되었다고 한다. 

 

과학에서는 답을 주는 것뿐 아니라 그 답의 부족한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죠.

본문 中 83쪽

 

세 번째 발견은 바로 데카르트, 페르마의 좌표축의 발견이다. 기하의 대수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 때 바로 함수라는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평소에도 방정식보다는 함수를 좋아하는데 이 함수가 추후 시공간 구조에 대한 개념적 혁명을 일으켰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평소에 항상 같은 좌표평면만 봐와서 그런지, 뉴턴이 좌표축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평소에 나는 좀 창의...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간단한 규칙조차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좌표계에서 좌표축은 고정되어있는 일종의 기준점인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 등이 지동설을 내세우면서 좌표축이 될만한 기준점을 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태양으로 했지만 종래 은하계 등 우주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니, "움직임은 상대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것이다. 따라서 뉴턴은 절대적으로 고정된 좌표가 있다는 이론을 포기하고, 어느 한 좌표의 관점에서 저 물체는 움직인다, 의 상대적인 명제로 출발한다. 또한 속도는 상대적이지만 가속도는 객관적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일차함수같은 경우도 어느 곳에서나 기울기는 같지만 함숫값은 x값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나름 쉽게 이해됐다. 이런 좌표계가 나중에는 시공간 좌표로 발전하게 된다. 시공간 좌표라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공간 좌표가 시간 좌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나 나름대로 포스트잇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정리를 해봤다.

 

 

그리고 이 개념이 확장되어 나중에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실 상대성 이론은 어느 물리학, 수학, 과학 책을 읽어도 나오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이론에서 집중해야할 부분은 방금 사진까지 만든 뉴턴의 설명이 틀렸다는 점이다. 사진 가장 왼쪽 상단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뉴턴의 설명에서는 '두 좌표계에는 같은 시간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두 시간 좌표를 다르게 설정하면 

 

 

위와 같이 나온다. c는 빛의 속력이니 c가 분모로 가있는 부분은 0과 같다. 그러면 x ≒ u+kt, t ≒  s 가 성립된다. 허나 두 번째 좌표계에 원점(U=0)을 대입하면 둘째 좌표에서의 시간보다 첫째 좌표의 시간이 조금 더 흘러있다는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항상 문장으로 해석된 책으로만 접했는데, 이렇게 식을 소개해주면서 설명해준 것은 처음이어서 정말 좋았다. 친절한 물리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3. 인상 깊었던 부분 - 6강: 우주의 실체, 모양과 위상과 계산

 

 6강에서는 '위상수학'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위상수학은 말 그대로 위상에 관한 수학인데, 내가 생전 처음 접해보는 학문이라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위상수학에 대해서 더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기를 위상수학은 보통 거시적인 기하, 즉 정밀한 기하는 무시하고 크게 보았을 때 모양이 어떻게 단순한 형태로 조립되어 있는지가 기호로 저장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오일러 표수'를 들었는데, 책 내에서는 오일러 수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수라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오일러수는 그 유명한 자연상수 e 였다. 책 내에서 소개된 것과 달라 더 검색해보니 오일러 수가 아니라 오일러 '표'수였다. 

 

오일러 표수 = 면의 개수 - 선의 개수 + 점의 개수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 숫자였는데, 책 내에 소개된 예시들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다면체는 모두 2가 나왔고, 곡면이 있는 것같은 경우는 모두 0이, 평면도형같은 경우는 모두 1이 나왔다. 만약 도형이 주어지지 않고 도형의 좌표만 주어졌을 경우엔 이 오일러 표수를 이용해 위상을 굉장히 쉽게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후에 저자가 기술한 내용 중에서 이론물리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실체 자체가 대수적이나 기하적이냐는 질문이라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에 미국 고등과학원 원장으로 있는 로버트 다이어그라프는 우주가 대수적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모든 것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 라고 쓰인 걸 들은 적인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위상수학을 접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위상수학과 더불어 그 다음에는 '내면기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내면기하도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내용의 수학이었다. 그 유유명한 가우스와 리만이 제안한 개념이라고 한다. 용어 그대로 겉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만 봤을 때 기하가 어떤 모양이 되는지에 대한 개념이다. 어떤 종이를 두 방향으로 휘어 뒤튼다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면이 조금 더 늘어나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내면기하가 바뀌는 걸 측정하는 것을 리만 곡률이라고 합니다. 내면기하가 바뀌는 걸 측정하는 것을 리만 곡률이라고 합니다. 내면기하가 바뀐다는 건 내적인 성질이 바뀐다는 겁니다. 우리가 피자를 먹을 때 바로 느낄 수 있지요. 피자를 약간 반으로 접어서 들어올리면 그 상태에서 뒤로는 안 접어지잖아요. 이것도 역시 내면기하가 안 바뀌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겁니다. 물질은 늘어나지 못하게 하는 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에요.

 

본문 中 241 쪽

 

중력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시공간의 곡률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시공간이 휘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본적인 착안입니다. 공간이 휘어서, 우주가 휘어서 중력을 느낀다면, 그럼 우주가 휘어졌다는 게 뭘 의미하는가? ... 우주가 휘어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

 

우리가 우주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우주의 밖에서 우주를 들여다볼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내면기하의 개념 없이 우주가 휘어졌다는 주장을 하기가 불가능한 겁니다.

 

본문 中 242쪽 

 https://www.youtube.com/watch?v=C7ZxfXuYgVM

▲ 중력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강의인데, 유튜브에서 보다가 정말 인상 깊게 봐서 링크를 첨부해본다. 중력 얘기가 나와서!

 

어찌보면 당연한 말인데 이런 개념이 '내면기하'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나와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마치 우리가 지구 위에서 살고 있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태초에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눈'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것은 그 속에 숨겨진 '수'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4. 수학이란 무엇인가?

 으레 '수학'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다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수학을 좋다는 친구들에게 왜 수학이 좋냐고 물어보면 '국어처럼 답이 여러개가 아니고 확정적이어서' 라는 답변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쩌면 수학은 오히려 인문학과 조금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답이 무조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학과 같이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개로 표현이 가능하다. 저자의 마지막 말 중 '학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뇌리에 깊이 박혀들었다. 학문이란 다른 무엇도 아니라 항상 진리를 근사해나가는 과정이다. 그저 우리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