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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독후감

[독후감] 원미동 사람들 中 일용할 양식

원미동 사람들 중 일용할 양식을 읽고

유시연

 

 이 단편은 상권이 잘 발달하지 않은 원미동 마을에서 두 슈퍼마켓이 서로 가격경쟁을 벌이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야기다. 원래 쌀과 연탄만 팔던 경호네의 김포 쌀 상회가 이내 김포슈퍼로 바뀌자, 원래 있던 김반장의 형제슈퍼가 가격을 내리며 가격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난처해했지만 이내 두 슈퍼가 가격을 무지막지하게 내리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이제 옛말이 됐다며 좋아한다. 며칠 뒤 두 시장이 상권을 주름잡고 있던 가운데 싱싱청과물이라는 새로운 마켓이 들어선다. 과일만 팔았으면 몰랐을까, 이내 슈퍼마켓과 동일하게 여러 물건들을 팔자 김반장과 경호네가 서로 가격 경쟁에 대한 휴전과 동시에 동맹을 맺었다. 그에 싱싱청과물과의 가격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김반장과 싱싱청과물 주인장의 싸움까지 벌어지게 된다. 결국 싱싱청과물이 문을 닫게 된다. 다시 마을은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김반장과 경호네의 이미지는 실추했고, 싱싱청과물 자리에 새 전파상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퍼지며 원미동 여인들의 걱정과 함께 끝난다.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은 원미동 마을 주민이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아 똑같은 문장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내용은 비슷할 것이다.) 책을 쭉 읽으면서 사람들의 태세전환과 기회주의적인 행동에 잠시 도덕적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 후 나온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라는 문장에 그 의문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물질적인 사고관일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저런 인식이 없어도 된다는 보장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사회에서도 개인의 이익보단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덕목을 갖추기 위해서 자기반성과 공부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또 경호네와 김반장 둘의 슈퍼마켓이 상권을 주름잡고 싱싱청과물을 좇아내는 장면을 보면서 중소기업들의 피를 말리는 대기업을 상상했다....... 물론,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고 또 김반장은 부양해야할 가족들이 굉장히 많으니 악착같이 사는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이 단편선이 고전으로 쓰였다면 아마 이런 전개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권선징악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쓰인 때부터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사고관을 가지게 되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꼭 집어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냥 살려고 힘내는 사람들이다. 특히 김반장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켠으로는 자신의 양심을 배반하면서, 폭력을 도구로 일삼으면서까지 풍족한 삶을 살아야하나 싶기도 한데, 또 마음 한 켠으로는 김반장의 행동은 그의 과거서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것들이 나온 결과물이고, 여기엔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싱싱청과물 사장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왔던 판사(작가) 유문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 할 일은 내가 하자’ 인데 과연 내가 절박했을 때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내가 이렇게 양심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풍스러운 생각도 어찌 보면 내가 지금 절박하지 않고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이 깊어지는 소설인 것 같다.